도심이라는 말에는 늘 소음이 따라붙는다. 명동의 한낮은 특히 그렇다. 골목마다 상점 음악이 흘러나오고, 횡단보도 신호음이 겹치고,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캐리어 바퀴가 아스팔트를 구른다. 그 층위들을 뚫고 건물 계단을 한 층 한 층 올라가다 보면, 문이 열리는 순간 소리의 결이 달라진다. 바람만 남는다.
옥상은 같은 도시를 다른 각도로 읽게 해주는 공간이다. 발아래로 지붕들이 펼쳐지고, 저 멀리 빌딩 사이로 하늘이 생각보다 넓게 끼어 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분명 명동 한가운데인데, 귀에 닿는 소리는 한 박자 늦게 도착한다. 마치 세상이 나를 기다려주는 것처럼.
작은 목재 쟁반 위에 차가 놓인다. 뚜껑 있는 도자기 잔, 곁들여 나온 간식 몇 가지, 붉은빛 유리병. 거창하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된다. 손으로 감싸쥔 잔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배경으로 물러난다.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는 단순하다. 뜨거운 것을 식히며 기다리고, 한 모금 마시고, 잠시 멈춘다. 그 반복 안에서 시간이 늘어난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구름의 방향, 바람이 바뀌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하나. 도시 한가운데서도 자연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옥상 한쪽에는 이끼와 작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유리벽 너머로 하늘이 비치고, 포장된 바닥 위로 화분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초록이 있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다가, 조금 앉아 있다 보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공간이 사람을 길들이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정(情)이라는 감각은 거창한 곳에서 쌓이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두 번, 세 번 바라볼 때 생겨난다. 오전의 옥상과 오후의 옥상은 다른 빛을 가진다. 구름이 지나가면 이끼의 색도 달라진다. 차가 식는 속도만큼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 도시는 조용히 나를 내버려둔다.
내려가는 계단을 밟을 때, 발걸음이 조금 가볍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차 한 잔을 마셨을 뿐이다. 하지만 그 한 잔이 하루 안에 작은 여백을 만들어준다. 명동 한복판에서, 한 층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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